"우리 회사 오면 빚도 갚아준다"…'파격 조건' 내건 日 기업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11-17 06:58   수정 2023-11-17 07:50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⑦에서 계속
종합 설비기업 도에넥(TOENEC)은 일본 중부 지역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주부전력의 자회사다. 한국의 한전 자회사로 볼 수 있다. 근로자수 4808명에 매년 2000억엔(1조8199억원) 안팎의 매출과 100억엔(약 91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 대기업이다.



본사는 나고야 시내에 있고, 주식은 도쿄증시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시장에 상장돼 있다. TV와 라디오 광고도 적극적이어서 결코 인지도가 낮은 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회사다. 직원 평균연령이 41.53세, 평균 근속연수는 19.37년으로 '늙은 기업'이라고도, 직원들의 애사심이 부족한 기업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에넥에는 주홍글씨처럼 붙는 딱지가 있다. '건설업종'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3D 업종'의 대표격인 건설업은 젊은 인재들이 기피하는 분야다.



도에넥이 올 초부터 학자금 대출 변제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직원들이 대학 시절에 진 학자금 대출 일부를 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지원 금액은 매월 최대 1만엔(약 91만원)이다. 내년 4월 도에넥은 200명의 대졸 예정자를 채용하는데 이미 50명이 이 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미야케 다쓰야 도에넥 채용그룹장은 "저출산으로 (일자리보다 취업 희망자 수가 적은) 취업자 우위 시장이 거세지고 있다.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 변제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히로시마의 중견 건설회사 미야타건설이 내건 조건은 더 파격적이다. 이 회사는 내년에 입사하는 대졸 신입사원이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금의 50%까지 총 200만엔을 대신 갚아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미야타건설의 대졸 신입직원 초임 월급은 23만엔으로 비슷한 조건의 기업에 비해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건설회사를 기피하는 트렌드 때문에 매년 5명 정도의 신입 직원을 뽑으려 해도 실제 채용 인원은 1~2명에 그쳤다.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게 된 배경이다.

미야타건설 관계자는 "이 제도를 통해 우리 회사가 조금이라도 구직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이타현의 건설회사 헤이와건설도 올 봄 대졸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총 상환액의 50%까지 최대 250만엔을 대신 갚아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 회사가 제도를 도입한 이유 역시 "대졸 구직자들이 우리 회사를 바라만 봐 주신다면.."이다.

직원 학자금 변제는 보통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의 '장학금 상환 지원제도(학제금 변제 제도)'를 이용한다. 기업이 JASSO에 자사 직원이 상환할 금액을 송금하면 JASSO가 직원 대신 대출금을 갚아주는 방식이다.



2021년 4월 이 제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65곳이었던 이용 기업은 2023년 7월말 현재 972곳으로 늘었다. 이용자수도 2021년 813명에서 2022년 1708명, 올해 7월말은 2057명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이 빚을 대신 갚아주면서까지 신입사원 모시기에 나설 정도로 심각한 일본의 인력난.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조건을 신입사원 모집에 내걸 수 있게 된 것은 문부과학성 산하기관인 JASSO의 제도적인 지원 덕분이다.



JASSO의 학자금 변제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려는 기업은 직원의 급료에 상환금액을 얹어주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환 금액을 얹어주는 만큼 고스란히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원이 물어야 하는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부담도 커졌다.

JASSO의 학자금 변제 제도를 활용하면 기업이 직원 대신 내주는 대출 상환금은 원칙적으로 보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연히 직원이 부담할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도 오르지 않는다. 기업은 대신 갚아준 대출금을 손금(손실) 처리할 수 있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⑨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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